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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권정부의 정책 패러다임과 부동산정책 방향
2024년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돼 2025년 6월 3일 조기에 치러진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고 국민주권정부가 출범했다.
이전 정부가 일반 국민들은 전혀 상상하지도 못할 엄청나고도 기상천외한 짓거리들을 일삼아왔기에 국민주권정부에 거는 기대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지만 지난 정부가 워낙 실정을 많이 했기 때문에 국민주권정부라면 그간의 흐트러진 헌정을 바로 세우고 정치, 경제, 사회, 국방,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각 분야에 어떤 정책이 실현되고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지만 부동산 관련업에 종사하는 필자로서는 그 무엇보다 경제, 그중에서도 특히 부동산 부문에 지대한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각설하고 역대 어느 정부든 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그냥저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떤 분야의 정책이든 그 정책의 방향은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최고 권력자이자 통치자인 대통령이 어떤 정책 패러다임을 견지하고 있느냐에서 비롯된다.
패러다임은 한 시대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이론적 틀이나 인식 체계를 의미한다. 더불어 부동산정책 패러다임은 부동산 문제에 대한 현실 인식, 가치관 및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론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오래전부터 학습해왔던 시장주의와 계획주의라는 큰 틀로 귀결된다.
시장주의는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를 존중하고 시장원리를 최대한 활용해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반면, 계획주의는 개인의 합리성에 대한 의심에서 출발하며 개인적인 이익보다는 공익을 우선시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시장에 맡기기보다는 정부가 계획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시장주의에서 비롯된 실패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물론 모든 정책이 이처럼 시장주의나 계획주의로 명확히 구분되어 나타나지는 않는다. 어느 나라 정책이든 기본적인 패러다임은 견지하되 정책 구현 당시의 시장 상황, 정치적인 논리 및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의 현실 인식과 가치관이 가미된 채로 다소 시장주의에 기울거나 아니면 계획주의에 기운 정도로 두 패러다임이 적절히 혼합되어 정책이 입안되고 펼쳐지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와는 조금 다른 점은 부동산정책을 포함한 대부분의 모든 정책이 정부의 철학과 가치관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는 지나치게 정치적인 논리에 영향을 받아 구현되어왔다. 그래서 보수 성향이 강한 정부의 경우 시장주의, 규제 완화, 시장 활성화라는 색채가 강한 반면, 진보 성향이 강한 정부의 경우 이와는 반대로 계획주의, 규제 강화, 시장 안정이라는 색채가 강하고 또 실제로 그렇게 정책이 구현(다만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는 IMF 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와 건설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되어 왔다. 그러한 기본적인 패러다임에 정책의 성공 또는 실패 여부에 따라 시장주의와 계획주의 색채를 적절히 입혔을 뿐이다.
국민주권정부, 즉 이재명 대통령은 비록 다소 진보적인 정당이라 할 수 있는 정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이지만 그렇다고 국정운영에 대한 또는 국정 전반에 관한 정책 수립에 있어 반드시 진보적인 그래서 계획주의 노선을 걸을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패러다임은 그간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등 주요 지자체 수장을 역임하면서 행정통으로 정평이 나 있듯 시장주의도 아니요, 그렇다고 계획주의는 더더욱 아니며, 차라리 실용주의에 가깝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분야 최대 관심사는 대선공약에서도 드러나 있듯 바로 주식시장이다. 대선공약에서 국내 코스피지수를 5,000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거나 당선 후 미국뉴욕증권거래소를 방문해서 우리 기업주식의 저평가 및 국내투자를 역설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지나치게 부동산에 집중된 투자를 주식시장으로 유도하겠다는 의미와 다름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바로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이다. 전반적인 정책 노선은 실용주의라고 볼 수 있으나 최소한 부동산 관련 정책에 있어서만은 적절한 규제와 주택공급의 균형을 통해 부동산에 집중된 투자를 분산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발표된 지난 부동산 관련 대책(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과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의 면면을 보면 그러한 의지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서는 규제지역을 비롯해 수도권 전역에 걸쳐 주담대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처분조건부 주택구입의 경우 기존 주택 처분시한을 기존 2년에서 6개월로 단축했으며, 갭투자 목적의 전세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대책이나 이 대책으로 부동산시장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더 강한 대책을 예고하고 있는 등 일련의 시그널로 볼 때 부동산에 대한 지나친 투자를 억제하겠다는 목표가 뚜렷하다.
더불어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 국민주권정부 5년 기간 동안 수도권에 총 135만 가구(연 27만 가구, 착공 기준)를 공급하겠다고 한 것 역시 규제에만 그치지 않고 적절한 공급을 통해 규제와 공급의 균형을 이룸으로써 대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물론 이러한 부동산 정책들이 의도한대로 시장에 순기능으로 작용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대해 어떤 가치관과 문제인식을 갖고 있는지와 함께 향후 어떤 방향으로 부동산정책이 입안되고 펼쳐질지에 대해서는 그리 어렵지 않게 전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태인 칼럼니스트 ㈜이웰에셋 이영진 대표 (세종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경매초보자를 위한 입문서 <손에 잡히는 경매> 저자
☎02)2055-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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